이 인터뷰는 2024년 5월 26일 처음 공개됐다. 이후 문장을 다듬고, J-POP streaming이 2026년에 채택한 편집 형식에 맞춰 다시 구성했다. 당시 미래 계획으로 언급된 내용은 2024년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한다.
Flehmann은 소리에서 곡을 만든다. 박자마다 바뀌는 코드, 공원에서 녹음한 새소리, 자신도 자주 반복한다는 걸 아는 리듬 패턴. 말과 이미지는 나중이어도 된다. 먼저 귀로 들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 방식은 그를 인스트루멘털 전자음악에서 보컬리스트, VTuber, VSinger와의 협업으로 이끌었다. 2024년 5월 1일 공개된 “Save my love”에도 같은 접근이 담겼다. Sheena의 합성 보컬이 영어와 일본어를 오가는 disco house 트랙이다. 이 인터뷰가 진행될 당시 J-POP streaming은 이미 이 곡을 2024년 플레이리스트에 선정한 상태였다.
Flehmann은 자신을 프로 음악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본업이 따로 있고, 오랫동안 작곡을 쉬었으며, COVID-19 팬데믹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음악이었기에 다시 돌아왔다. 그에게 이 구분은 중요하다. 음악을 만드는 일 자체도 마찬가지다.
중고 신시사이저와 누군가에게 들리고 싶다는 마음
이야기는 중고 신시사이저에서 시작한다. 그걸로 무엇을 했나?
중학생 때 첫 중고 신시사이저를 샀다. 처음에는 소리를 이것저것 만져보고, 당시 인기 있던 J-POP 곡의 악보를 사서 피아노로 쳤다. 그러다 신시사이저에 내장된 시퀀서를 이용해 오리지널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말 형편없었다. 곡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그때 언젠가 내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호기심을 음악적 언어로 바꾸는 데 영향을 준 음반은?
10대 때 전자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techno, house, electronica를 많이 들었다. Derrick May와 Ken Ishii, 4hero와 Goldie 같은 drum and bass 아티스트, Matthew Herbert와 Mouse on Mars 같은 음악가들을 들었다.
특히 French touch와 filter house를 좋아했다. Daft Punk와 Cassius는 전자음악을 팝하고 직관적으로 들리게 만들 수 있었다. 당시의 주요 J-POP 아티스트들도 많이 들었다. 이 두 흐름은 지금도 내 음악에 남아 있다. 특히 멜로디, 곡 구조, 비트에서 그렇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적은 있나?
없다.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나는 프로 음악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냥 음악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한다.
학생 때부터 일본의 인디 레이블을 통해 곡을 만들고 발표했지만, 취업한 뒤에는 오랫동안 멈췄다. Flehman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 것은 2020년 7월이다.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됐고, 작곡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게 나를 다시 음악으로 데려왔다.
소리 자체에서 시작하기
새 프로젝트를 열면 가장 먼저 무엇이 있는가?
핵심이 되는 소리의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매 박자마다 백킹 코드가 바뀌면 어떨까 생각할 수 있다. 공원에서 잘 녹음된 새소리 하나를 중심으로 트랙을 만들 수도 있다. 말이나 이미지로 표현되는 콘셉트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정한 소리, 음색, 비트 패턴이 먼저 오고, 거기서부터 곡을 만든다.
전자음악은 빠르게 변한다. 모든 새 장르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사운드를 낡지 않게 유지하려면?
일본이든 다른 나라든 지금의 음악은 정말 많은 장르가 섞인다. 더 작은 카테고리로 나뉘었다가 다시 결합하고, 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긴다. 모든 유행을 따라가는 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사운드 퀄리티가 낡게 느껴지지 않는 데 집중한다. 저역, reverb와 delay의 사용, 보컬 믹스의 밸런스를 신경 쓴다. 이런 기본이 제대로 잡히면 내가 좋아하는 장르 안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구조로 작업할 수 있다.
장르가 바뀌어도 ‘Flehmann의 곡’이라고 느끼게 하는 건 무엇인가?
곡마다 하나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담는 편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누군가 곡을 듣고 “Flehmann 같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르가 바뀌어도 특정 멜로디 프레이즈와 리듬 패턴은 남기려고 한다.
자기 버릇을 분석하는 건 조금 부끄럽지만 흥미롭기도 하다. 말버릇이나, 자신도 모르게 메모지에 그리는 이상한 낙서와 비슷하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멜로디, 비트를 배열하는 특정한 방식이 있다. 그런 버릇을 이해하고, 매 곡에 일부는 남겨두려고 한다.
“Save my love”: 두 언어, 하나의 목소리
“Save my love”는 Sheena의 합성 보컬을 중심으로 영어와 일본어를 섞는다. 무엇을 가능하게 했나?
J-POP streaming이 “Save my love”를 2024년 플레이리스트에 선정해 줘서 영광이다. 감사하다.
보컬이 있는 곡이지만 실제 사람 보컬리스트와 협업한 것은 아니다. Synthesizer V로 Sheena의 목소리를 만들었다. 이 기술은 영어와 일본어를 모두 아주 잘 처리한다. 두 언어 사이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고 싶었다.
프로덕션은 밝지만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청자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랐나?
가사는 행복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이별을 다룬 조금 쓸쓸한 이야기다. 영어와 일본어 가사가 만들어내는 경계 없는 느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French touch와 disco house의 팝 감각을 함께 즐겨주면 좋겠다.
커버는 일러스트레이터 Naoyoshi가 만들었다. 그 감정이 가사의 이야기와 잘 맞는다. 그래서 음악과 아트워크를 함께 경험해 주면 좋겠다.
다른 목소리를 위해 쓰는 법 배우기
Flehmann은 인스트루멘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보컬 트랙을 많이 발표한다. 무엇이 바뀌었나?
보컬리스트와 일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렵고도 즐거운 부분 중 하나였다. Flehmann으로 음악을 발표하기 전까지 보컬 음악을 만든 적이 없었다. 가수와 협업하는 건 막연한 바람이었다.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은 정도였다.
처음에는 인스트루멘털을 발표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발견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컬리스트와 작업할 기회가 생겼다. 최근에는 VTuber와 VSinger와도 작업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바꾸기 때문에 매 협업이 자극적이었다.
비주얼도 같은 방식으로 확장됐다. 이미지를 마지막에 덧붙이는 요소로 생각하지 않고, 커버 아트와 뮤직비디오를 위해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다.
몇몇 곡은 Spotify, Apple Music, YouTube Music의 공식 플레이리스트에도 들어갔다. 그런 선택을 통해 내 음악이 퍼지는 모습을 보는 건 계속 만들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래도 아직 배울 게 많다고 느낀다. 큰 부담을 안고 있지도 않고, 스스로를 성공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음악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꾸준히 발표하고 싶다.
그다음에 이어진 것
이 인터뷰 당시 Flehmann이 준비 중이던 협업은 보컬리스트 Megumi Ebina와 함께한 “Natsu-iro Outsider”로 완성돼 2024년 7월 10일 공개됐다.
2024년 5월에 이야기했을 때 이미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나?
7월을 목표로 보컬리스트 Megumi Ebina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거의 다뤄보지 않았던 garage 요소를 내 음악에 넣은 작업이었다. 빠른 비트 위에 놓인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곡에 특별한 에너지를 줬고, 사람들이 빨리 들어줬으면 했다.
앞으로도 보컬리스트, VTuber, VSinger와 계속 작업할 생각이었다. 기회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일본 밖의 가수나 아티스트와도 협업하고 싶다. 내 음악은 협업곡을 포함해 로열티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 방침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프로덕션 대부분은 여전히 내가 맡는다. 소프트웨어 악기의 완성도도 높아져 예전에는 닫혀 있던 것처럼 느껴졌던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언젠가는 rock이나 밴드 스타일의 pop도 해보고 싶다.
하룻밤 동안 한 명의 음악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겠나?
Matthew Herbert다. Bodily Functions를 셀 수 없이 많이 들었다. 사회적이고 어두운 아이디어를 담고 있지만 설교조가 되지 않는다. 캐치하고, 아름답고, 독특하고, 장난스럽다. 그런 음악적 아이디어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는?
게임을 한다. 쉬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그 뒤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그냥 게임을 하고 싶은 핑계일지도 모른다.